일상

2024년 5월 1일 세계노동절

노양 2024. 5. 2. 00:12

집회로 치면 지금껏 가본 노동절대회 중 최악이었다. 시청광장에서 울려퍼지는 서울페스타 공연 리허설로 본대회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급기야 민중의례 순서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불상사가 벌어졌다. 확보한 차선은 예고보다 더 줄어든 느낌이었다. 횡단보도 확보한다며 경찰이 집회장을 가로질렀다. LED 전광판은 저 멀리 떨어져 있어 보기 어려웠다. 전형적인 "간부가 조직한 조합원들에게 민망한 부류의 집회"였다.
오늘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은 어떻게 집회 순서와 전술에서 나타났는가?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쟁취할 경로는 무엇인가?
역시나, 우리는 고착화된 관성과 구도를 깰 유의미한 에너지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비정규직 투쟁은 대중적이고 전투적인 성격을 탈각해갔다. 현재의 노동운동의 태세는, 2010년 타임오프제에 맞서 싸우던 민주노총의 관성과 너무도 닮아있다.
2010년의 갑갑한 구도를 깼던 것은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2012년 쌍용자동차 분향소 투쟁이었다. 그리고 그 투쟁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기륭, 재능, 동희오토,  GM 등 2000년대 말부터 "장기투쟁" 기록을 서로 다투듯 경신했던 비정규직 사업장들이 마치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거점이자 학교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활동가들이 그전에 어디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좌파조직들이 어떤 투쟁을 구심으로 기획력을 발휘했는지 상기해보자.
그렇다면 오늘의 투쟁 거점은 어디에 있는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투쟁을 해야만 하는 현장은 어디인가? 가령 물류센터는, 조선소는, 돌봄산업은, 이대로 충분히 지원 내지는 지도받고 있는가?
노동자대회들에서 느낀 갑갑함을 한 잔 술과 sns 담벼락에 퍼붓고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오늘도 부지런히 아지트를 파고 유격전을 벌여야 한다. 그때 힘들게만 여겨졌던 공대위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거나 있다 해도 산별노조와의 역할분담이 시원찮은 지금에는 기동적이고 과감하고 전체 전망 속에 전략과 전술을 논할 단위 자체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비정규직 운동을 1997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물론, 201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평가해야 한다. 누가? 2010년대를 관통했던, 한 줌도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노동현장과 조합 곳곳에 포진해있는 세대 활동가들이. 세대구분이 의미가 있다면 바로 이런 데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