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규직원 2명이 A형 인플루엔자 확정판정을 받은 다음 날에 출근해서 승무를 하고 있었다. 해열제를 먹고 있었고 미열이 있는 상태였다. 신입사원이라서 병가를 강하게 신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 명은 '나는 출근할 수 있는데, 의사가 전염성이 높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회사에서는 출근할 수 있다고 하니 출근하라고 했다고 했다.
물론 첫째론 병가를 확실히 사용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이면 으례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여전힌 분위기에서 병가 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끝내고 넘어가기엔 찝찝하다. '아프면 병가 써!'라고 말하면 확실히 병가 신청하고 쉴 수 있게 되나? 병가를 쓰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라 연차가 쌓인 직원들 중에서도 병가를 꺼리는데 말이다.
그러나 A형 인플루엔자 감염을 알리거나 A형 인플루엔자에 불과 하루전 확진된 직원이 출근 의사를 밝혔을 때 곧이곧대로 '명시적인 병가 사용 의사가 아니'라며 아무 일도 없던 듯이 넘어간 회사의 대응도 문제적이다. 코로나19 이후론 감염병에 대한 반응만큼은 달라져야 했다. 코로나19 전에는 감염병에 걸려도 출근하는 게 미덕이었다. 메르스 유행 당시 고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업무를 책임지고자 중국 출장을 갔다가 양성 반응이 나와서 중국인들의 지탄을 받았던 한국인 확진자의 사례가 기억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그간의 학습효과와 코로나19의 광범한 전염성에 놀란 정부, 기업들은 그야말로 '알아서 기었다.' 노동자에게 조그만 증상이라도 있거든 출근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무시하고 출근한 뒤 확진 판정이라도 받으면 그야말로 규탄 대상이 되었다. 아프면 2~3일 집에서 쉬어라, 감염병에 걸렸다가 전염시키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민폐다 하는 말들이 통용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끝무렵,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도 코로나19면 7일 동안 출근도 못하게 하고, A형 인플루엔자면 출근을 환영하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차례 감염병 유행을 겪으며 대중적 인식이 변하고 대응지침이 체계적으로 적혀있게 된들 뭐하나. 정작 '먹고사는 일'의 벽에 부딪혀 지침과 권고에 부응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그런 환경이 잘못되었다고 온 사회가 깨달음을 얻어도 사용자들이 선택적 망각을 택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이전 모습으로 돌변한다. 지도운용팀장들의 반응은 똑같다. 전염성이 강한 A형 인플루엔자가 번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계셔야 한다고 했더니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다. 그걸로 끝이다. 코로나19처럼 공문이 내려오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자리에선 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황당했다. 첫째, 감염병이 돌고 있는 걸 관리자로서 인식을 했으면, 상부에 현황을 보고하고 대응을 질의해야 했다. 둘째, 좀 더 상식적이고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면 감염병이 이렇게 번질 경우 승무원 운용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음을 보고하고 적극적인 지침을 본부 승무처에 요구해야 했다. 그게 바로 '중간 관리자'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던가.
위에다 그렇게 의견을 개진하는 게 쉬운 일이냐고? 나같으면 A형 인플루엔자에 확진된 승무원에게 하루만에 출근해도 좋다고 대답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 한 마디로 집단사업장인 이곳에서 몇 명이 더 감염될 수 있을지 모른다. 확진 하루차라면 독감의 주요 증상인 발열은 없는지, 졸음을 유도하는 약물을 먹고 있진 않은지 의문이 드는 것도 상식이다. 그런 상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리고 기관사의 '최상의 신체상태'를 그토록 강조하면서 직원들 사이에 A형 인플루엔자가 번지고 있는걸 알면서 보고는 안하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출근을 시킨다? 지도운용팀장 이전에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 근무자의 태도조차 아니다.
팀장이라는 직위에 있고, 수많은 승무원의 개인정보와 사정을 독점하는 운용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업소에 감염병이 돌기 시작하는데 모른척하고 공문 내려오기만 기다리면서 자신은 권한에 부응하는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공공기관 관리자가 저 모양이면 정부는 어떻게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겠는가. 신입사원이면 자기 몸 상태가 출무에 적합한지 판단 못하고 눈치보며 차 탈 수도 있다는 생각 한 번 못하고, 출무적합성검사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승무일지에 결재도장은 무슨 자신감으로 째깍째깍 찍고 있는 것일까.
지도운용팀장들은 생각보다 더 상식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중간관리자의 역할, 아니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판단과 역할이 과연 그게 맞는지를 캐물어야 하겠다. 그런 사람들과 규정과 더 나은 방향을 협의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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