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면서 뼈져리게 느낀 것은 사전 구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구의 치수를 정하려면 대략적인 배치를 먼저 그려야 하고, 배치를 그리려면 공간의 목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물론 공간의 목적은 대략적으로는 정해져 있다. 큰 방을 안방으로, 작은 방은 옷방이나 보조적인 용도로, 거실은 생활공간으로. 그것은 집의 설계에서부터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집을 선택할 때에도 세입자는 그런 구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만약 10평 공간이 4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거나 하는 기형적인 형태라면 집을 구경하면서부터 머릿속에 일대 혼란이 일었을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세부적인 공간의 목적, 목적에 따른 배치, 가구의 치수 순으로 생각을 하지 않다보니 나중에 아 침대의 크기를 이 정도로 하려면 책상은 좀 작게 했어야겠구나 하는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괜히 여기에 설치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타카를 뽑아 선 위치를 바꿔보기도 했다. 인터넷 기사가 컴퓨터를 어디에 두실 거냐고 물었을 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했다. 예측불가능한 새로운 가구의 등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더 아쉽다.
사람이 살아갈 때 예측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고려하고, 구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딪쳐 보아야 깨닫는 바도 있다. 따라서 한정된 시간에 그런 깨달음과 시야를 얻으려면 그 기회를 최대한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작게 살아볼 때 이런 경험을 해보아 망정이니, 더 큰 가구를 들여놓아야 할 때서야 그런 고민을 했다면 후회도 더 컸을 것이다. 세상사 이치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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